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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삶

2022년 회고(AWS Korea 이직, 아내의 복직, 육아 전쟁)

#1 AWS Korea Solutions Architect로 이직하다

올해 4월 링크드인을 통해서 AWS 채용 담당자에게 연락이 왔다. 링크드인 특유의 스팸성 채용 연락은 적당히 필터링 하고 있어서 이번에도 무시하려고 했지만 내용을 읽어보니 채용 포지션 자체는 꽤 흥미로웠다. 국내 스타트업 고객을 담당하는 SA(Solutions Architect) 역할이었다. 사실 역할 자체보다는 "백엔드 개발 경험"과 "스타트업 근무" 경험을 가진 대상으로 연락을 드렸다는 부분이 재밌었다. 일단 채용 담당자에게 조금 설명을 들어볼 수 있는지 회신을 했다. 답장은 거의 바로 왔고 유선으로 연락을 준다고 편한 시간을 전해달라고 했다. 생각보다 급하게 진행되는 느낌에 당황했지만 유선 연락을 통해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준비한 이력서가 있다면 전달하기로 했다.

이후 과정은 더 빠르게 진행됐다. Hiring Manager(현재 나의 리드) 와의 기술면접 일정이 거의 바로 잡혔다. 사실 당시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의 만족감이 매우 컸기 때문에 덜컥 아차 싶었다. 그래도 아직 최종 결과를 받은 것도 아니고 채용 과정의 경험도 나에게 늘 좋은 자극을 주었지 나쁜 자극을 줬던 경우는 없었기 때문에 큰 준비과정 없도록 부담없이, 하지만 채용 과정 자체는 열심히 진행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기술면접이 끝나고 바로 화이트보딩 면접 스케줄 요청 메일이 왔다. 기술면접을 통과했다는 뜻이다. 기술면접에서 몇 가지 질문에 대해서 시원하게 답변을 못했는데 오히려 명확하게 잘 모른다고 말씀드렸던 것이 나쁘진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합격에 대한 피드백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어 속도 조절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모든 과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면접관, 면접자 모두에게는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모두에게 좋은 경험을 주는 것 같다. 이런 채용 과정의 속도는 HR에서도 서포트를 잘 해줬다는 의미이다.)

화이트보딩 면접은 기술면접보다 준비할 것들이 많았다. 기술면접은 개발자로서 일한 경험 위주로 가볍게 준비했었는데 화이트보딩 면접은 미리 주어진 문제 상황에 맞는 아키텍처를 제시하고, 이를 설명하는 방식의 면접이다. 기본적인 AWS 서비스를 숙지하고 아키텍처를 준비해야 했고,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도 준비해야 했다. 사실 아키텍처를 설계하는 것보다 면접관들이 물어보는 날카로운 예상 질문을 준비하고 답변하는 과정에서 AWS 서비스를 더 많이 공부해야 했다. 더욱이 개발자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상황인지라 현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업무가 끝나고 아이들이 잠이 들기 시작한 이후에 준비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다 결국 어찌저찌 면접을 보게 됐는데 역시 면접관 분들의 내공은 보통이 아니었다. 몇몇 질문에서는 어설프게 알고있는 부분이라 우물쭈물하면서 잘못된 내용으로 답변했던 것 같다. 하지만 모르는 부분은 확실하게 모른다고 말씀드리고 다만 이렇게 구성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의견을 드리는 방식으로 풀었다. (다행히 의견을 드린 기술적 부분이 실제 AWS 서비스로 존재하고 있었고, 이를 알게 됐을 때 약간 뿌듯했다.) 나중에 배운 사실이지만 SA는 고객에게 잘못된 정보를 가정적으로 이야기 해서 부정확한 내용을 전달하면 안된다고 한다. 헷갈리거나 정확하게 숙지하고 있는 부분이 아니라면 추후 정확한 내용으로 다시 전달드린다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다행히 화이트보딩 면접도 합격했다. 그 다음 과정은 소문이 자자한 Amazon의 Loop Interview 과정이었다. 아마존에 관심이 있다면 모두가 알고있는 LP(Leadership Principal) 원칙을 바탕으로 1시간씩 5명의 면접관과 다양한 질문과 답변을 하는 면접 과정이다. 면접관들의 이름이 모두 사전에 공개되기 때문에 링크드인을 통해서 어떤 역할을 하는 분들인지 미리 파악했다. 면접관들의 역할과 상관없이 어차피 LP 관련된 질문을 할 것 같았지만 그래도 백그라운드를 파악하고 들아가면 도움은 될 것 같았다. 당연히 LP 면접을 위해서 각 원칙에 맞게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STAR( Situation, Task, Action, Result) 포맷으로 준비했다. LP 인터뷰 팁을 여러가지 찾아봤는데 LP 원칙마다 2~3개의 답변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본인도 면접관들이 중복된 LP 원칙에 해당하는 질문을 하더라도 같은 답변보다는 다양한 답변을 하는 것이 경력에 대한 폭넓은(?)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흥미로운 점은 HR 담당자들은 LP 면접 준비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준다는 점이다. 당연히 내가 준비한 LP 예상 질문과 답변을 하나씩 코칭해주진 않지만 1~2개 정도는 리뷰 받으면서 부족한 부분에 대한 코멘트를 받을 수 있었다. (물론 답변 자체를 코칭해주진 않았고 어떤 부분에서 더 어필이 필요한지 정도의 가이드를 해준다.)
LP Loop Interview 과정은 역시 힘들었다. 5시간 진행하는 것도 진이 다 빠지지만 개발자로서 내 경험과 의견에 대한 면접이 아니라 LP에 대한 질문과 상세한 추가 질문들의 연속이라 지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뭐, 결론적으로 LP 면접은 운 좋게도 합격했다. 정말 다시 생각해봐도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어떤 질문을 했었는지, 어떻게 답변을 했는지, 잘 답변 했는지도 복기 못할 정도로 인터뷰 이후에 지쳐버려서 결론을 보고 그저 운이 좋았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연봉 협상 과정을 진행했는데 이 과정은 생략한다. 개인마다 진행하는 방식이나 전략도 다를테고, HR에서 지원자를 상대하는 방식도 모두 다를 것이다. 다만 국내 기업과 다르게 총 보상의 개념과 기본급, 보너스 인센티브, RSU의 개념이 생소하다면 이 부분을 잘 알아보고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지인이 있다면 지인을 통해서 현실적인 조언을 받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
막상 최종 과정이 끝나니 당시에 아주 만족스럽게 잘 다니고 있는 회사에 통보하기가 매우 난처했다. 사실 최종 오퍼를 받고 나서도 이직에 대한 생각은 50:50이었다. 현실적으로 당시 회사의 업무 환경과 강도는 나와 잘 맞았고(육아를 병행하는 입장에서), 도메인도 꽤 핫하고 재밌는 기술이었다. 무엇보다 팀 동료와 리드, 조직과 회사가 너무 좋아서 개발자로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곳이었다. 반대로 새로운 직장은 SA라는 역할이 내 경력에서 처음 겪는 역할이었고 지금까지 해오던 소프트웨어 개발을 주로 하는 업무도 아니었다. 밤에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고민을 정말 많이 한 것 같다.

결국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더 책임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약속 받을 수 있다면 남고 아니면 이직하기로 했다. 거창한 조건을 바란 것은 아니었지만 난처하게도 갑자기 업계에 큰 사건이 터지면서 업계와 회사 분위기가 급속도록 냉각됐다. 리드 분과 조직장님은 좋은 제안을 주기 위해서 고민을 많이 하셨고(전적으로 나만의 생각이다.) 새로운 역할에 대해 제안을 주셨지만 내게 맞는 역할은 아닌 것 같았다. 애매하게 나도 큰 조건을 바라지 않았지만 업계의 침울한 분위기 때문에 회사에게 카운터 오퍼를 받을 상황도 아니었다. 결국 조직장들에게 계속 부담을 드리고 싶진 않았고 빠르게 퇴사를 결정해서 말씀드렸다.(그리고 퇴사 결정 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장기화되고, 연준의 빅스텝이 시작되면서 글로벌 빅테크를 포함한 경제 전체가 침울해졌다. 미국의 빅테크는 대규모 lay-off도 있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당시 회사 입장에서는 미리 허리띠를 졸라 매는 것이 맞는 상황이었다.)

입사하고 한달도 안된 시점에 싱가포르 출장가서 찍은 사진


이런 과정 속에서 긴 휴식없이 정신없이 AWS에 입사했고, 현재 신규 입사자 온보딩 과정도 마쳤다. 솔직하게 말하면 온보딩 과정은 지금까지 다녔던 회사들에 비해서 가장 힘들었고 신선했다. 심지어 Day 1(입사 첫째 날)은 다녔던 회사 중 가장 정신이 없었던 날이었다. 회사 생활의 거의 대부분의 이슈들은 스스로 찾아서 알아보거나 누군가에게 적극적으로 물어봐야 했다. 또 SA는 온보딩 과정에서도 공부할 내용이 정말 넓고, 양도 많았다. 단순히 공부뿐만 아니라 SA 역할로서의 자세, 말하는 논리 구조, 일하는 방식 등 모든 것이 달랐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피드백을 받고 기존의 사고방식을 고치는 것도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도 한바탕 온보딩 과정이 끝난 지금 상황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업무를 해야하고 어떻게 준비를 해야할지 감은 생긴 것 같다. 그리고 개발자로 일한 내가 얼마나 우물 안의 개구리였는지 느낀 것 같기도 하다. 개발자가 아닌 다른 역할로서 일을 하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내가 주도적으로 업무를 계획하고 진행한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기술에 집착하지 않고 비즈니스 전체적인 장단점을 고려해서 의사결정을 도와줘야 하는구나, 문서를 제대로 남기는 것은 참 어렵구나 등 많은 부분을 새롭게 느끼고 배운 기간이었다.
본격적으로 일을 하게 될 내년은 더 힘들겠지만, 일단 살아남아 보려고 한다.
(아마존이라는 사명에 어울리게 "살아남는다"는 표현이 매우 자연스러운 곳이다.)

#2 아내가 복직하다

아내는 첫째 아이를 출산하고 육아휴직 기간에 코로나 시국을 겪게 되면서 보육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직장을 퇴사했던 경우였다. 주변의 평가를 건너 들어봤을 때 꽤 인정받는 기획자였는데 일을 그만두는 점이 너무 안타까웠다. 뭐, 복직을 하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둘째를 임신하게 돼서 어차피 또 휴직을 해야 했었겠지만. 결국 아내는 첫째와 둘째를 코로나 시국에 집에서 홀로 보육하며 3년을 보냈다. 육아를 해보면 모두 느끼겠지만 홀로 아이를 둘이나 돌본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나도 최대한 육아에 참여할 수 있는 재택근무 기반의 직장을 다니면서 보육과 가사를 도와주고 있지만, 아내가 겪는 고생은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다. 덕분에 아이들은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커가는 것 같다.

그러다 아내가 복직을 결심했다. 먼저 이제 복귀가 더 늦으면 경력을 이어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이 부분은 나도 공감했고 만약 더 늦게 일을 한다면 IT 기획자가 아닌 제 2의 직업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두 번째로 재택근무 기반의 직장으로 복직을 한다면 육아에도 어느정도 이슈가 없을 것 같았다. 아내는 내가 재택근무 기반의 회사에 다니면서 보육과 가사에 도움을 주는 모습을 봐왔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을 아낄 수 있고 상대적으로 근무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면 해볼만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다니게 된다면 오후 3~6시는 등하원 도우미 이모님 찬스를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마침 아내가 다니던 이전 회사가 코로나 시국을 거치면서 재택근무 기반으로 전환되어 시범 운영되고 있었고, 아내 본인에게도 익숙한 근무 환경으로 복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내 회사는 사무실 인테리어에 진심인 회사다.

그리고 결국 아내가 복직에 성공했다. 물론 복직 과정에서 아내는 면접 준비와 동시에 동네 근처의 어린이집을 알아보느라 정말 바쁘게 움직였다. 오전, 오후에는 아이들을 돌보면서 동시에 시간을 짬내서 대기없이 바로 입소가 가능한 어린이집을 체크해서 함께 답사를 다녔다. 가장 놀라운 점은 막상 시작해보니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어린이집은 입소가 가능한 어린이집이 생각보다 몇 군데 있어서 어디를 다닐지 골라야 하는 상황이었고, 면접도 이전 직장에 다녔던 이력과 평가 덕분에 긍정적으로 진행되는 것 같았다. 아내의 연봉 협상도 경력 단절 기간이 있었음에도 이런 부분은 반영되지 않고 합리적으로 잘 진행된 것 같다. 참 감사한 일이다. 아이들도 어린이집에 생각보다 잘 적응해서 재밌게 잘 다니고 등하원 이모님도 예상보다 좋은 분을 모시게 됐다. (일단 아이들이 잘 따른다.)
그리고 2022년 12월, 아내는 수습 기간을 통과해서 두 번째 정식 사원증을 받았다.

#3 육아 전쟁의 시작

아이들이 아프기 시작하면 진정한 육아 전쟁의 시작이다. 지금까지 집에서 보육하던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2~4주에 한번씩 각종 질병에 걸리기 시작했다. 코로나는 당연하고(?) 수족구에 열감기, 목감기, 코감기 등 모든 질병을 겪었다. 아이들이 아픈 것도 부모로서 안타깝고 슬픈 일이지만 이 때문에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못가면 부모가 오롯이 종일 보육을 해야하기 때문에 휴가가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일적으로도 큰 일이다. 다행히 등하원 이모님이 유동적으로 시간을 사용하실 수 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고 있지만 코로나와 수족구 같은 전염성 질환이면 이모님도 못 오시기 때문에 그마저도 힘들다. 그나마 아내와 나는 재택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반차를 쓰면서 아이들을 볼 수 있지만 재택근무가 아닌 상황이라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아이들 약먹이는 일도 보통이 아니다. 가루약, 물약, 항생제 등을 먹어야 하는데 이걸 다 섞어서 줄 때면 나라도 먹기 싫겠다는 생각이 든다. 당연히 아이들은 먹기 싫다고 난리가 난다. 특히 어린 둘째는 안 먹는다고 난리를 치면서 겨우 먹인 약을 다 토해내면 정말 화나고 울고 싶다. 유투브와 블로그를 찾아서 약 잘 먹이는 방법을 모두 총 동원해봐도 결국 케바케다. 당장은 쥬스와 항생제에 섞여 먹이는게 최선인 것 같다. (항생제는 유제품과 주면 효과가 매우 떨어지는 것을 알지만 이렇게라도 안주면 아예 안먹으니 어쩔 수 없다.) 아이들이 고열로 밤새 낑낑거리면 아내는 2~3시간마다 깨서 체온을 체크하고 아이들에게 해열제를 먹인다. 나도 가끔 깨서 지켜보지만 당연히 큰 도움은 안된다. 정말 아내에게 항상 고맙다. 엄마는 진심으로 위대하고 존경받을만 하다.
한번은 아이 비타민을 정기적으로 사먹는 약국의 약사분에게 하소연을 했다. 비타민을 먹이는데도 2~4주마다 아프면 이게 효과가 있는거냐고. 그랬더니 원래 어린이집을 다니면 1~2년은 자주 아프단다. 그리고 그나마 비타민을 잘 먹이니 걸려도 금방 회복할 수 있는거 아니냐고 웃으신다. 생각해보니 자주 아프지만 그래도 약을 먹이면 바로 회복하는게 느껴지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모쪼록 내년에는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잘 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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